AI 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 중소기업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2026년 1월 시행된 AI 기본법이 중소기업에 지우는 의무, 고영향 AI 판단 기준, 계도기간 안에 준비할 것을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규제는 대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규모가 작을수록 더 위험합니다.
한국에도 AI 법이 생겼습니다
2026년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줄여서 AI 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긴 포괄적 AI 법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중소기업 대부분은, 자기가 대상인지조차 모릅니다.
보안과 개인정보 편에서 우리는 "AI를 쓸 때 지켜야 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엔 그것이 권고가 아니라 법이 된 상황을 다룹니다.
"우리는 AI를 만들지 않는데요?"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법의 적용 대상은 AI를 개발하는 회사만이 아닙니다. AI를 가져다 서비스에 붙여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회사도 포함됩니다.
즉, 남의 AI를 API로 불러 쓰든, 챗봇을 홈페이지에 달든, 여러분은 이미 이 법의 무대 위에 있습니다.
저희가 자문한 한 20인 규모의 온라인 교육 회사는 "우리는 그냥 외부 AI를 연동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AI가 수강생의 학습 성취를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법이 특별히 주목하는 영역입니다.
핵심은 '고영향 AI'입니다
법은 모든 AI를 똑같이 다루지 않습니다. 무게중심은 고영향 AI에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AI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영역입니다.
1. 채용과 인사 평가 — AI로 지원자를 거르거나 순위를 매기는 경우 2. 대출·신용 심사 — 금융 자격을 AI가 판단하는 경우 3. 의료·건강 — 진단, 처방, 건강 관리에 AI가 개입하는 경우 4. 교육 평가 — 학습 성취나 합격을 AI가 판정하는 경우 5. 교통·안전 — 사람의 안전이 걸린 판단
여러분의 AI가 여기에 사람을 판정하는 방식으로 쓰인다면, 고영향 AI 사업자로서 더 무거운 의무를 집니다. 사전 위험 고지, 안전성 확보 조치, 이용자가 "이건 AI가 판단한 결과"임을 알 권리 같은 것들입니다.
고영향이 아니어도 남는 의무: '표시'
"우리는 사람을 판정하지 않아요"라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에는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시 의무가 붙습니다. AI가 쓴 상세페이지, AI가 만든 이미지나 음성, AI 챗봇 응답 — 이용자가 사람과 AI를 착각하지 않도록 알려야 합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 부분이 방치되기 쉽습니다. 마케팅 콘텐츠 절반을 AI로 만들면서, 어디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있습니다
정부는 시행 직후부터 처벌하지 않습니다. 최소 1년 이상의 유예·계도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안내와 계도 중심으로 운영되고, 중대한 사회적 문제가 생긴 예외적 경우에만 사실조사가 이뤄집니다.
이 말은 곧, 지금이 준비할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계도기간이 끝나고 나서 움직이면 늦습니다.
중소기업이 지금 할 수 있는 4가지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면 계도기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1. 우리 AI 목록 만들기 어디에 어떤 AI를 쓰고 있는지 한 장으로 적으세요. 대부분 회사는 이 목록조차 없습니다.
2. 고영향 해당 여부 자가진단 그중 '사람을 판정하는' 용도가 있는지 표시하세요. 있다면 우선순위로 대응합니다.
3. AI 표시 붙이기 AI가 만든 콘텐츠, AI 챗봇에 "AI로 생성/응답됨"을 알리세요. 가장 쉽고 빠른 조치입니다.
4. 최소한의 기록 남기기 어떤 AI를, 어떤 데이터로, 어떤 목적에 썼는지 기록해두세요. AI 사용 정책이 있다면 여기에 자연스럽게 얹힙니다.
규제는 리스크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이 법은 AI를 막기 위한 게 아닙니다. AI를 믿고 쓸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준비된 회사에게 규제는 오히려 신뢰의 증거가 됩니다. "우리는 AI를 이렇게 책임 있게 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와, 그런 질문에 얼버무리는 회사. 고객은 곧 이 둘을 구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작다는 것은 규제를 피할 이유가 아니라, 먼저 정돈해 앞서갈 기회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 의무 적용 여부는 실제 법령과 시행령, 그리고 필요 시 전문가의 검토로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